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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경기 - 08/09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첼시FC vs. FC 바르셀로나

by 여러 가지 Various 2021. 9. 12.

추억의 경기라는 표현보다는 악몽의 경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첼시에게 악몽의 경기였죠. 역대 최악의 오심 경기 중 하나라고 꼽히는 08/09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입니다. 기억하고 계신 축구 팬분들도 많을 겁니다.


일단 당시 상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1차전,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인 캄푸 누에서 두 팀은 0:0으로 비깁니다. 홈팀 바르셀로나가 엄청나게 몰아붙였지만, 첼시의 골키퍼 체흐의 선방과 첼시 선수들의 육탄 방어로 바르셀로나는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양 팀 모두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힘든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첼시로서는 엄청난 성과였죠.

이후 양 팀은 장소를 옮겨 첼시의 홈 경기장인 런던에 위치한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2차전을 치릅니다. 2차전 선발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첼시 선발 명단
: (GK) 체흐 (DF) 애슐리 콜, 존 테리, 알렉스, 보싱와 (MF) 에시앙, 발락, 말루다, 아넬카, 램파드 (FW) 드록바
감독 - 거스 히딩크

바르셀로나 선발 명단
: (GK) 발데스 (DF) 아비달, 투레, 피케, 다니엘 알베스 (MF) 부스케츠, 사비, 케이타 (FW) 이니에스타, 메시, 에투
감독 - 펩 과르디올라

 


전반 9분, 첼시 미드필더 에시앙의 환상적인 슈팅으로 첼시가 선취 득점을 올립니다. 이대로 끝나면 1승 1패로 첼시가 결승에 진출하게 되는 상황이었죠. 어찌 됐든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고, 첼시는 1차전 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공격을 퍼부으며 바르셀로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찬스를 계속해서 만들어 냅니다. 문제의 오심은 바로 여기서 발생하죠.


첼시의 공격수 드록바가 바르셀로나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수비가 드록바의 유니폼을 잡아당겼는데도 당시 주심이었던 톰 헤닝 오브레보는 페널티킥을 불지 않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아넬카가 볼을 터치한 후 피케의 손에 맞고, 후반 추가 시간 발락의 슈팅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에투의 팔에 맞았는데도 주심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바로 앞에서 봤는데도 말이죠. 첼시로서는 3, 4번의 페널티킥 기회를 날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브레보 주심이 바르셀로나의 편만 들어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도 억울하고 이해가 안 되는 판정을 내리기도 했죠.


결국 후반 추가 시간 3분,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이니에스타의 슈팅이 그대로 첼시의 골망을 가르면서 스코어는 1:1이 되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습니다. 원정 다득점에서 앞선 바르셀로나가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거죠. 참고로, 원정 다득점 원칙이란, 양 팀 1,2차전 전적이 같고(1승 1패 또는 2무), 1,2차전 합계 스코어가 동점일 때,  원정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첼시 선수들은 주심에게 달려가 항의를 했죠. 하지만 이미 경기는 끝났고, 판정의 결과는 바뀔 수 없었습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챔스 우승을 꿈꾸는 전 세계 첼시 팬들을 엄청나게 분노하게 만든 경기였습니다. 이후 바르셀로나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승전에서 사무엘 에투와 리오넬 메시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경기였습니다. 당시 첼시 감독이 히딩크였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당시 박지성이 뛰는 맨유와 히딩크가 이끄는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가 정말 어이없는 오심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화가 났었습니다. 발락의 슈팅이 에투의 팔에 맞았을 때 발락이 심판을 끝까지 쫓아가며 항의하는 장면이 안 잊혀지네요.